스토킹 잠정조치제도의 위험한 틈새
몇 달전, 필자는 집요한 이성의 스토킹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를 대리하여 상대방을 스토킹 범죄로 고소하였다. 상대방의 혐의가 너무도 명백하고 계속해서 발생할 우려가 있어 법원에서는 곧바로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필자가 현행 잠정조치 제도의 중대한 허점을 직접 목격하게 되어, 이하에서 그 문제점을 짚고자 한다.
잠정조치 제도의 구조
먼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를 살펴보자. 본 법의 제8조와 제9조는 ‘잠정조치’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스토킹 범죄가 반복되거나 재발될 우려가 있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의 확산을 막기 위한 임시적 보호 명령이다.
잠정조치의 유형은 서면 경고, 피해자 주거지 등 일정 반경(보통 100m) 접근금지, 전화·문자·SNS 등 전기통신 접근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구치소 유치(최대 1개월) 등으로 다양하다. 법원은 사안에 따라 하나 또는 복수의 조치를 병과할 수 있으며, 그 위반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통상적으로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인 제4호 처분을 제외한 나머지 잠정조치의 효력은 3개월이고, 법원 결정에 따라 두 차례까지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최대 9개월간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연장 절차’가 경직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한의 함정
필자가 담당한 사건의 스토킹행위자는 법 지식에 정통한 자였다. 그는 접근금지 잠정조치 기간 내내 숨 죽인채 있다가, 불과 잠정조치 기한 종료 3일 남겨둔 새벽 시간, 갑자기 자신의 SNS에 피해자를 겨냥한 글을 게시하였다. 그 내용은 ‘잠정조치가 종료되는 대로 피해자에게 보복하겠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이 글을 본 피해자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필자는 즉시 담당 수사관에게 알렸으나, 돌아온 답변은 “설령 지금 연장 결재를 올리더라도, 검사 검토와 법원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종료일까지 잠정조치 연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필자는 담당 재판부와 검사실, 그리고 관련 지식에 능통한 지인에게까지 연락을 돌리며 연장이 가능한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긴급히 연장 신청서를 작성하여 잠정조치 종료일 전날 법원 업무 마감 시간 직전에 담당 재판부에 직접 방문하여 제출을 하였다. 그리고 정말 극적으로 잠정조치가 종료되는 그날 저녁에 가까스로 접근금지 기한이 3개월 연장 되었다는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피해자는 눈물 섞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나 역시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만약 연장 조치 결정이 하루라도 늦었다면 피해자는 다시 무방비 상태로 상대방의 손에 내던져졌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잠정조치의 기한”이라는 형식적 장치가 얼마나 손쉽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절차적 보장과 피해자 보호 사이의 균형
물론 위와 같은 절차가 존재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법원과 검찰의 사전 검토 과정은 피의자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적 보장이 가끔은 피해자 보호라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 충돌할 때가 있다.
특히 스토킹은 범죄의 특성상 ‘지속성·반복성’을 띄고, 점점 더 공격성과 맞물려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자주 보게 된다. 따라서 완전한 법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 하루의 공백조차 특정 피해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는 연장 신청과 결정 사이의 시간적 공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개선 방향
첫째, 긴급 연장 절차 도입을 생각해본다. 잠정조치 기한 종료 직전 새로운 위협이나 위반 정황이 발생했을 경우, 검찰 또는 법원에 긴급 연장 권한을 부여해 즉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마치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나 긴급압수수색과 유사한 성격의 제도로 설계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입법적 보완도 필요하다. 현행법은 단순히 ‘3개월 + 2회 연장’이라는 획일적 틀만을 규정하고 있어, 종료 직전의 특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필자의 사건과 같이 가해자가 이를 ‘카운트다운 전략’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
물론 잠정조치가,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자에 대한 형의 집행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입장만을 고려하여 무한정으로 피의자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필자의 사건처럼 잠정조치를 연장해야하는 분명한 사유나 그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단지 형식적인 절차로 인하여 무고한 피해자가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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