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차라리 나를 지금 석방하지 말아주세요”

[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경우 석방의 사유와 절차 ]

형사절차에서 정말로 피하고 싶은 단 한 가지를 꼽자면 ‘구속’이다. 수사단계에서든 재판에서든 구속이 되어버리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통제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피의사실(공소사실)에 대한 방어권 행사 또한 불구속인 경우에 비해 큰 제약을 받는다. 때문에 단 하루, 몇 시간이라도 더 빨리 구속상태에서 벗어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압도적 다수이다.

그런데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구속을 얼마간 더 유지하기를 원하는 때(자발적으로 석방 시점을 미루고자 시도하는 경우)가 드물게도 있다.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판단계에서의 구속 및 보석에 관한 현행 실무를 살펴보아야 한다.

구속된 피고인이 석방되는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하나가 ‘구속 기간의 만료’이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심급별로 한정되어있다(1심을 기준으로 하면 두 번의 갱신을 거쳐 최대 6개월, 형사소송법 제92조). 유죄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사람을 기약 없이 구속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 사람에 관하여 여러 건의 범죄에 대한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 법원의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진행 중인) 사건과는 다른 별개의 사건으로 인하여 구속기간이 사실상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이른바 ‘별건구속’).

대다수의 구속사건은 추가 갱신이나 만료 이전에 신속한 재판절차를 통하여 미결구속기간을 최소화하는 한편 구속사유(도주, 증거인멸 등)의 존재에 관한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있다. 공소사실이 복잡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이 범죄로 인정되는지를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데다가, 증거기록이 매우 방대하고 관련된 사람이 많은 사건의 경우 심리에 매우 긴 시일이 소요되기에 특히 그렇다. 한 심급에서의 재판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에 대한 구속 기간이 만료된다면, 법원은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을 석방해야 한다.

그런데 ‘구속기간의 만료’에 따른 석방의 경우, 법원의 보석(허가)결정(형사소송법 제94조 내지 제96조)에 따른 석방과 비교해볼 때 법원이 보석허가결정을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에게 별도의 조건을 부가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보석을 허가하는 경우에는 필요하고 상당한 범위에서 보석조건(형사소송법 제98조 각호)을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보석조건 중 일부는 그 성질상 석방절차에 앞서 먼저 이행하여야 하고, 보석조건을 이행하여야 검사의 석방집행지휘에 따라 피고인이 실제로 석방된다(대표적인 예로 보증금의 납입 또는 서약서의 제출). 때문에 법원의 보석허가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실제 석방까지 추가로 시일이 소요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구속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고,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될 경우 별도 조건이 부가되지 않는데 그 전에 보석허가결정이 내려진다면 비교적 부담스러운 조건을 이행하여야 하지 않는가’, ‘보석허가결정을 받아서 석방이 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거나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지 않는가’ 하는 판단이 설 법도 하다.

하지만 현재 실무상으로는, 법원이 구속기간 만료 시점이 임박한 피고인에 대해 (미리)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하고,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보석조건의 내용을 지정하거나, 지정된 보석조건의 내용을 일부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피고인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로’ 석방되어 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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