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미수의 함정’

최근 필자는 한 방송프로그램을 보다가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아동 유괴 미수 사건을 접했다. 이 사건은 70대 남성이 초등학교 3학년 여아를 상대로 성추행과 유괴를 시도한 것인데, 피의자는 “같은 빌라 단지에 사는 삼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아이에게 접근했고, 며칠 전부터 간식을 사주거나 CCTV가 없는 골목으로 유인해 신체를 만지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 체포된 피의자의 차량에서는 콘돔, 발기부전 치료제, 최음제로 추정되는 액체 등이 발견됐고, 블랙박스 저장장치는 분리된 상태였다. 다행히 아이의 어머니가 피의자의 유괴 직전 현장을 목격해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이 남성을 미성년자 유인 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피해자와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은 피의자가 ‘미수’에 그쳤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지 않을까, 혹은 다시 사회로 나와 제2의 조두순처럼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필자 역시 피의자의 범행이 미수에 그쳤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혐의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 관련 법조

대한민국 형법 제287조에서 정하고 있는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는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특히,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범죄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2에 따라 약취·유인, 신체침해, 재물취득 목적 범죄는 가중 처벌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에 대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양형위원회 기준을 보면, 아동 대상 단순 약취·유인은 기본 1년에서 2년 6월, 추행 목적이 있어도 3년 전후의 형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위 범죄들에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시도에 그치기만 한 미수범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등으로 감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2. 미수범에 대한 처벌

대한민국 형법 제25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할 수 있다’라고 정한 임의적 적용 규정이라, 감경 여부는 법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미수범은 범죄의 의도와 위험성은 인정되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이 기수범보다 경하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 일부 중대 범죄에서는 미수범 감경이 제한되어 기수범과 동일하게 처벌받기도 한다. 현행법상 유괴·약취 미수범도 처벌 대상이지만, 양형기준이 범죄의 ‘완료 여부’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종종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가 발생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3. 미수범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명의 아동이 위기를 모면한 ‘운 좋은 사례’가 아니다. 아동 대상 범죄의 잠재적 위협성과 현행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경고다. 범행이 성공하지 않았다는 이유, 피의자가 고령이라는 이유로 처벌 수위를 낮춘다면, 범죄자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미수라고 해서 죄질이 가벼운 것은 절대 아니다.
미수범 처벌 기준은 범죄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범죄가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실행에 옮기려 한 의도와 위험성 자체가 사회에 큰 위협이 된다. 미수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유사 범죄의 재발을 억제하고, 사회 전체에 경각심을 심어준다. 아동 유괴, 성범죄 등은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와 가족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불안을 남긴다.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도 아동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공포와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사회가 피해 아동의 관점에서 범죄를 바라보고 처벌 기준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4. 미수라는 말에 숨지 말자

우리는 자주 ‘미수’라는 단어 뒤에 범죄의 심각성을 가리려 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필자의 생각은, 특히 아동 대상 범죄의 경우 단순한 ‘위험성’을 결과론적인 측면에서만 계량할 수 없다고 본다. 피해 아동이 겪는 공포와 상처는 이미 ‘완료’된 피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사회라면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며, 사회가 아동을 지키는 방식은 범죄를 예방하고, 단호히 이를 바라보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5.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미수범이 되었다면

다만, 살다 보면 억울하게 미수범으로 몰리거나, 충동적이거나 일시적인 판단 착오로 범죄 실행에 옮길 뻔한 상황에 휘말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의 경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법적으로 그 책임은 기수에 비해 감경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에 연루되었고, 다행히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면 이는 피의자로서 구제를 위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으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미수라는 법적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고 주장할지에 따라 사건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미수 규정이 피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장치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제도를 악용하여 자신의 범죄를 가리거나 책임을 희석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도 고민이 깊어진다.
‘미수’라는 개념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틈이 아니라, 법이 인간의 복잡한 사정을 고려하여 마련해 놓은 여지 정도로 보면 좋을까? 모쪼록 형벌이 단순한 결과가 아닌 피해자에게 준 위험성과 사회적 해악을 두루 고려하여 균형적인 평가에 기초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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