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분쟁 없는 여름 휴가를 위하여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로 엄청나게 고생한 기억이 선하다. 다들 같은 마음이셨겠다 싶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자유롭게 어디 다니기도 힘들었던 시절이 벌써 추억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확실히 2024년 즈음해서 코로나가 잠잠해지니 보상 심리인지 모르겠으나, 다들 떠나려고 하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 해외로 여행을 떠난 국민은 2023년(6,554,031명) 대비 246.6% 증가한 22,715,841명이라고 한다. 코로나 당시 100만 명까지 떨어졌던 해외여행객 수는 엔데믹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며 2019년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날씨도 더워지고 여름 휴가도 가까워지는 지금 ‘여행’과 관련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법률 이슈는 무엇이 있을지 필자와 함께 고민해보자.

일단 대략 국민의 절반이 1년에 1번 정도 여행을 하는데도 여행과 관련된 분쟁은 그동안 법률적으로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평이 많았다. 이에 민법은 개정(2016. 2. 4. 시행)을 통해 여행계약을 민법의 전형계약(증여, 매매, 교환, 소비대차, 사용대차, 임대차, 고용, 도급, 현상광고, 위임, 임치, 조합, 종신정기금, 화해)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여행’을 민법에서 다루는 중요 채권 전형계약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는 것은 여행 관련 분쟁이 잦았고, 그만큼 보호할 필요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의 구체적인 규정들을 살펴보자.

첫째, 종래 여행과 관련된 분쟁은 여행사의 계약취소 거부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통상 여행계약이 체결되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 여행이 개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여행자에게 여행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였고, 이에 여행자에게 사전해제권을 부여하는 조문이 신설되었다. 다만, 이로 인해 여행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배상하여야 한다(제674조의3).

둘째,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부득이한 사유가 당사자 한쪽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 그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한편 계약상 귀환운송의무가 있는 여행주최자는 해지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를 귀환운송할 의무를 지는데, 이러한 해지로 인하여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그 해지사유가 있는 당사자가 부담하고, 누구의 사정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에는 각 당사자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제674조의4).

셋째,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여행주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여행자는 여행주최자에게 하자의 시정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자는 시정청구, 감액청구를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시정청구, 감액청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674조의6).

나아가 여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여행자는 그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주최자는 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조치를 할 의무를 지며, 계약상 귀환운송의무가 있으면 여행자를 귀환운송하여야 하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여행주최자는 여행자에게 그 비용의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제674조의7).

그리고 이러한 담보책임에 따른 여행자의 권리는 여행 기간 중에도 행사할 수 있으며, 계약에서 정한 여행 종료일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제674조의8).

쉬운 이해를 위해 사례를 하나 보자. 갑이 여행사를 통해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여행사가 설명했던 내용과 다르게 호텔과 음식의 수준이 너무 낮았고, 여행일정도 기존에 예약한 내용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갑이 화를 참지 못하고 여행사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행사는 적반하장 식으로 갑을 현지에 남겨둘 것이며, 다른 일행만 데리고 귀국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갑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여행사의 일정을 끝까지 따를 수밖에 없었고, 예상했던 호텔에서 머물 수도 식사를 할 수도 없었다.결국 갑이 꿈꿨던 멋진 해외여행은 최악의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러한 여행사의 횡포에 갑이 앞선 법률적 근거를 들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일단 위 사례에서 여행사가 갑에게 당초 계약 내용과 다르게 수준 낮은 호텔과 음식을 제공하고 여행일정을 동의 없이 변경한 것은 ‘여행의 하자’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갑은 여행사에게 하자의 시정을 요구하거나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즉, 갑은 여행사에게 호텔을 업그레이드 해줄 것을 요구하고 당초 약속된 일정을 이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시정이 여의치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여행비의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연히 여행사가 쉽사리 갑의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그러면 갑은 추후에 여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다만, 아까 이야기한 대로 손해배상의 청구는 여행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그리고 여행의 하자가 중대하다고 판단되고 그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여행사가 계약 내용을 따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갑은 여행 이후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연히 여행사는 여행객에게 대금을 청구할 수도 없다.

물론 이러한 전형계약이 민법에 들어왔다고 해서 민법의 다른 일반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령 현지여행사나 가이드 등의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여행주최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이들은 여행주최자의 이행보조자로서 민법 제391조에 따라 이들의 고의나 과실이 여행주최자의 고의나 과실로 다루어진다. 나아가 하자로 인하여 여행이 실패로 끝나거나 불완전한 상태에서 실행됨으로써 휴가를 망친 경우에 여행자는 민법의 일반규정에 따라 정신적 손해도 배상받을 수 있다.

어느새 본격적인 휴가철에 들어 섰다. 아이들의 방학 시기도 가까워지며 독자분들도 슬슬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이 든다. 독자분들도 본 칼럼을 통해 본인의 권리·의무를 명확하게 숙지한다면 조금 더 안전하게 휴가를 계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추후 여행 중에 발생할 분쟁을 미리 예방하거나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여행사에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행개시 전의 해제권이나 여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인정되는 여행자의 해지권은 강행규정이므로 적절히 활용되길 바라며, 애초에 모두 분쟁 없는 안전한 휴가 다녀오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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