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남겨진 자들에 대하여

대한민국에는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다양한 구제와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범죄 피해구조금, 치료비 및 심리치료비, 생계비 및 학자금 지원과 같은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스마일센터나 무료 법률상담과 같은 심리적, 법률적 지원도 제공된다. 이러한 지원은 범죄 피해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가족, 특히나 그 미성년 자녀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범죄자의 가족이니, 너희도 고통받는 게 당연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며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범죄 혐의자라면 (판결 선고 전이라도, 아니 용의자로 수사망에만 오르더라도) 기다렸다는 듯 가족들의 신상도 공개해야 한다고 무분별하게 좌표를 찍고, 그 가족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라고 정보를 퍼다 나르는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나, 악성 전화를 하여 그 사업장을 방해하는 것이 마치 통쾌한 복수인 것 같이 말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반응들을 보고 있노라면,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익숙한 ‘삼족법’ ‘대명률’의 사상이 우리의 머리에 뿌리 깊게 박혀버린 것일까. 아직도 무죄추정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일상이고, 범죄자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무차별적 공격과 낙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필자는 범죄자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직접 목도한 경험이 있다. 성범죄를 저질러 구속을 앞둔 필자의 의뢰인은 갓 태어난 아기와 아내를 두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범행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아 출산 직후 삶의 의욕을 잃었고, 경제적 어려움과 나중에 아이가 커서 느낄 사회적 낙인을 걱정하다가 결국 재판 중 자살 시도를 하였다. 오랜 기간 재판을 준비하며 필자도 그 아내분을 여러차례 직접 만나뵜던 터라,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굉장히 아팠었다. 이처럼 아무런 잘못이 없는 아내는 범죄로 인한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미성년 자녀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모의 범죄로 인해 경제적 빈곤과 심리적 상처를 겪는 것은 물론, 부모와의 강제적인 분리는 이들에게 깊은 트라우마와 정서적 결핍을 남길 수 밖에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교정시설 수감자 54,169명 중 약 25%가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년 ‘수용자 자녀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용자 자녀는 약 5만 4천 명에 달한다(2025년인 현재는 수감자 수가 늘어났다는 점과, 수용자들이 조사에서 혹시나 자녀에게 피해가 갈까 봐 설문에 진실하게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수용자 자녀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은 생계비 부족, 주거 불안정 등으로 빈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무엇보다 부모와의 강제적인 분리로 인해 트라우마와 정서적 결핍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아빠가 수용될 때는 엄마나 조부모님 손에서 자라게 되지만, 엄마가 수용될 때는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경우도 많다.

우리 사회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받는 피해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범죄자의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국민 정서상 사람들이 법에 익숙해지고, 형사 고소를 하는 비율도 높아지다 보니 수감자들도 덩달아서 높아졌고, 이에 수감자의 자녀들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생기는 상황이다.

국가와 사회도 점차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경제적 지원 측면에서 생계를 책임지는 수감자가 부양 의무자에서 제외되면 남은 가족들은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위기 상황에 처한 가족들에게 지원이 이루어진다. 또한, 법무부는 전국 교도소에 아동 친화적 가족 접견실을 설치해 수감자와 자녀가 더 인간적인 환경에서 만날 수 있도록 개선을 하고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수감자 자녀를 위해 학용품, 급식비, 학비 등을 지원하며, 심리 상담과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이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민간에서도 아동복지실천회 ‘세움’과 같은 단체가 수감자 자녀를 위한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회적 편견 해소와 정책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세움’에서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수감자 자녀를 위해서 성장지원비, 긴급 지원, 상담 지원, 가족 회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소한 부모의 수감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연령 이상의 자녀에게 해당하고, 예전 나의 의뢰인 같은 갓난아기가 있는 경우에는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예산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제한이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당 수긍이 된다).

그러나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많다. 법무부는 2021. 1. 1.부터 ‘토요 아동 접견의 날’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만 13세 미만 자녀가 할 수 있는 ‘돌봄 접견’과 만 19세 미만 자녀가 할 수 있는 ‘일반 접견’이 나누어져 있어서, 만 13세 미만과, 만 13세 이상의 형제가 함께 접견을 가게 되면 둘 중 하나는 수감 중인 부모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교도소가 보통 도심에서 먼 외곽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먼저, 현재 수감자 자녀를 명확히 정의 및 파악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별도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과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감자 가족, 특히 자녀를 대상으로 한 심리 상담 및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이들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야 한다.

피해자는 물론이지만, 범죄자의 가족들 또한 범죄와 무관한 존재로서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실제로 범죄자의 자녀는 범죄로 빠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들의 안정된 삶은 사회 통합과 재범률 감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범죄자가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응당 그 과정에서 고통을 통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고한 그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부수적인 고통은 국가와 사회도 어느 정도 분담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결국은 그것이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길은 아닐지,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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