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황혼이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선택인가 [제2편 ]

지난 1편에서 보았듯이 이혼 시 재산 분할의 대상에는 혼인 기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일반적으로 포함되는데, 일부 경우에는 배우자 일방이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취득한 재산도 고려된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상속받은 재산이나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혼인 생활 중 해당 재산이 부부 공동의 생활에 사용되었다거나 혹은 해당 재산에 상대방 배우자가 유지 증식에 협력하여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있다면 일부 분할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의 연금도, 그 금액이 많다 보니 황혼이혼에서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일반적인 국민연금을 살펴보자면 국민연금법 제64조 등 근거 법률에 따라,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할 경우 배우자였던 사람은 상대방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2분의 1을 분할연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이혼한 날로부터 3년이라는 청구 기한과 수급연령 기준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청구하여야 한다.

황혼이혼에서는 위자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판결하지만, 혼인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다고 고려되어 지기 때문에, 더 높은 위자료를 받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황혼이혼은 젊은 부부의 이혼과는 다른 복잡한 법적 요소가 얽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적 안정성을 고려한 이혼 계획과 법적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황혼이혼의 특이점

황혼이혼을 진행하다 보면, 여성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에 남성 배우자가 이를 거부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정서적 의존, 전통적인 유교문화에서의 ‘이혼’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시선, 재산 분할에 대한 불만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중년 이상의 남성들의 경우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자신들의 아버지와 그에 순종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일반적으로 보아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아내의 돌발 행위(?)에 큰 충격을 받으신다. 대부분의 의뢰인은 자신은 그저 평생 열심히 돈을 벌어서 가족들을 부양한 것 뿐인데 이혼 소송의 피고가 되어야 하냐며 이혼을 인정할 수 없다고 괴로움을 토로하신다.

만약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협의 이혼 요청을 거부할 경우, 이때부터는 소송을 통한 이혼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이혼이 결정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처음에는 이혼만은 안 된다며 극구 반대하던 의뢰인도, 상대방의 변호사가 작성해 낸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인채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서면을 본 후에는 어느새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이혼을 요구하는 사람이 되어있기도 한다.

5. 황혼이혼 의뢰인들의 현실

황혼이혼을 고민하는 의뢰인들은 원고이든 피고이든, 공통적으로 이혼을 하면 인생이 끝나는 것 같다는 두려움을 가진다. 이는 모든 이혼 의뢰인이 느끼는 부분이지만, 특히 황혼이혼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배우자와의 결별이 익숙한 생활을 완전히 뒤바꾸기 때문이다. 많은 의뢰인은 이혼 후의 경제적 불안과 정서적 고립을 걱정하며, ‘이혼을 하면 내 삶이 무너질까?’라는 고민에 빠지며 담당 변호사를 심리상담사 정도로 생각하며 불안감을 자주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다.

남의 큰 상처보다 제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는 옛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의 가정사를 들었을 땐 태연하게 “부부가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면서도, 당장 내 집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스트레스는 하루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이 고통을 느끼는 것이 사람이다. 감히 말하건대, 같은 집에 사는 배우자 때문에 자신의 남은 삶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앞으로도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안 보인다면 굳이 참을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이혼 소장을 받고 그제야 배우자인 의뢰인의 호소를 진지하게 들어주거나 자기 잘못을 개선하는 상대방들도 적지 않게 보았다.

많은 의뢰인이 ‘이 사람과 계속 사는 것보다 남은 인생 혼자 사는 게 낫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상담을 의뢰하신다. 어떤 의뢰인께서는 필자와의 상담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고, 앞으로의 삶을 차분히 계획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하셨는데, 이처럼 때로는 정신과 상담보다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이혼을 실제로 진행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더라도, 변호사와 상담하거나 혹은 혼자서라도 ‘만약 이혼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증오할만큼 싫은 배우자라도 정말로 갈라서서 남이 된다는 가정하에 현실적인 조언을 듣다 보면, 배우자에 대한 감정적 혼란이 줄어들고 자기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 사는 삶이고 자신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나 스스로를 돌보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런면에서 황혼이혼은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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