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JEANS와 ADOR, 승자는 누가 될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K-콘텐츠 총 매출액은 148조 1,607억 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같은 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의 합이 143조 1,081억 원이다. 한류가 반도체 보다 무려 5억 원을 넘게 벌었다. 아마 당기순이익도 아득히 뛰어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해당연도에 대한민국의 가요계를 뒤흔든 그룹이 나왔다. 바로 ‘뉴진스(이상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이다. 필자도 다섯 소녀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 2022. 여름 내내 뉴진스의 노래를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24. 11. 28. 다섯 소녀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서 소속사인 ADOR(이상 뉴진스의 소속사이자 하이브 산하 레이블)과 29일 자정을 기해 전속계약이 해지된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결국 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필자는 특정 소속사나 특정 아티스트, 특정 디렉터의 정치적인 알력 싸움에는 관심 없다. 그저 뉴진스의 노래를 좋아하는 일개 변호사로서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법률적 쟁점을 검토하고자 본 칼럼을 기고한다.
먼저 뉴진스가 일방적으로 ADOR를 떠난 것은 사실이기에, ADOR는 2024. 12. 5.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말 그대로 ADOR와 뉴진스 사이에 체결된 전속계약이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점을 확인받기 위한 소송이다.
또 ADOR는 2025. 1. 6. 본소(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에 더불어 가처분 신청도 하였다. 가처분이란 민사집행법 제300조에 따라 금전채권이 아닌 청구권에 대한 집행을 보전하거나 권리 관계의 다툼에 대하여 임시적인 지위를 정하기 위하여 법원이 행하는 일시적인 명령인데, ADOR는 기획사의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이어 2025. 2. 11.에는 연예 활동(작사, 작곡, 연주, 가창 등 모든 음악 활동과 그 외 모든 부수적 활동)을 금지하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의 신청 취지를 확장하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2024. 11. 29. 뉴진스와 ADOR의 전속계약이 해지되었는가? 당연히 아직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계약 해지란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을 장래를 향해 소멸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계약의 해지는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일방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ADOR의 전속계약 위반이 있는 경우, 전속계약은 2024. 11. 29. 해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당연히 계약 위반이 없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해지가 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겠다. 다만, 뉴진스가 ‘신뢰관계 파탄’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아티스트 쪽 손을 들어주는 하급심 판례가 더 많은 점을 고려하면 계약 해지는 결국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게 다수설이다.
문제는 ADOR와 뉴진스가 함께 하느냐가 아니다. 위약금, 돈 문제이다. 역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따져봐야겠지만, 해지가 이루어져도 뉴진스가 위약금을 물어야 할 확률이 높다고 사료된다. 일반적으로 아티스트가 위약금을 면제받기 위해서는 소속사의 범죄행위나 미정산 같은 중대한 피해가 아티스트에게 발생하여야 하는데, 뉴진스의 경우가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뉴진스가 주장하는 창작권 침해 등(뉴진스의 색깔을 찾을 수 없다는 사유)로 위약금이 면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ADOR의 귀책사유가 없다면 뉴진스의 위약금은 최대 6,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뉴진스에게 전적으로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위약금이 일부 감액될 수 있다. 우리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판례도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6다257978 판결 참조). 즉, 법원은 계약의 목적과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의무의 강제를 통해 얻는 채권자의 이익,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뉴진스가 부당한 압박을 받고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면 위약금을 감액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범위는 현재로서는 필자도 예측하긴 어렵다.
‘뉴진스’라는 이름은 어떨까? 처음부터 뉴진스라는 상표권이 뉴진스 멤버들에게 귀속된다는 계약서 조항이 없는 한 뉴진스 멤버들이 뉴진스라는 이름을 이용해서 활동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미 뉴진스는 자신들의 그룹명과 비슷한 발음으로 음차한 ‘NJZ’라는 활동명으로 활동을 재개한 바 있다. 아마 뉴진스도 뉴진스 상표권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사실 이미 많은 뉴진스의 아이돌(H.O.T, 신화, 비스트, 브레이브걸스 등)선배들이 소속사와 상표권 분쟁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간 선례를 보았기 때문에, 뉴진스는 그러한 싸움이 무용한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대부분 아이돌 이름에 대한 상표권은 애초에 소속사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선출원주의를 따르는 우리 상표 등록 체계를 고려하면 아이돌이 소속사보다 먼저 상표 등록을 할 확률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인다.
아무튼 2025. 3. 7. 앞서 이야기한 ADOR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뉴진스 멤버들과 ADOR 김주영 대표가 직접 출석하여 입장을 밝혔다. ADOR는 뉴진스에게 210억 원을 투자하였고, 사측의 의무 위반이 없으니 멤버들에게 계약 준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반대로 뉴진스는 전속계약은 신뢰관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소속사와의 관계가 파탄되었으므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뉴진스 측에 전속계약 해지 사유를 목차로 명확히 정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세간이 주목하는 재판인 만큼 재판부는 심도 있게 양측 주장을 검토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재판부는 자신들의 판단이 본안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뉴진스에게 진정 계약해지 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어차피 필자도 모든 내막을 아는 것이 아니기에, 원론적인 입장에서 뉴진스와 ADOR 분쟁의 방향 정도만 가늠할 수밖에 없다. 다만, 법률 분쟁에서 어느 쪽이 승소하든, 필자도 대중문화예술의 소비자로서 ADOR와 뉴진스 양쪽 모두 다시 좋은 음악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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