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눈길 운전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필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쓸까 고민하며 창밖을 보니, 글을 쓰는 기준 (2025. 2. 6. 15:30경) 대설주의보가 발효되어 상당히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그러하겠지만, ‘눈 많이 오는데 집 어떻게 가지?’, ‘길이 많이 미끄러울 텐데...’, ‘사고 때문에 차 막히겠다’등이다. 물론 필자도 대설을 보니 얼른 이 글을 마무리하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화에는 눈길 교통사고 등의 법적 쟁점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일단 통계부터 좀 보도록 하자.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치사율은 5.5%이고, 비가 오면 치사율은 약 60% 증가한다고 한다. 비가 올 경우 제동거리는 비가 오지 않는 경우에 비해 2배 증가하고, 눈길에서는 무려 8배 늘어난다고 보고된다. 즉, 사고의 위험성도 그만큼 증가된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운전을 하며 우리는 어떠한 주의를 해야 할까? 독자분들은 언뜻 주행 중 도로 표지판에 <빗길운전 50% 감속>이라는 문구를 본 기억들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대부분 이러한 문구를 보고 ‘아, 그렇구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그저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의 문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근데 해당 문구는 ‘안내’가 아닌 ‘의무’이다. 우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 제2항은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있는 경우나 눈이 20밀리미터 미만 쌓인 경우에는 최고속도의 100분의 20을 줄인 속도로 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폭우ㆍ폭설ㆍ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미터 이내인 경우, 노면이 얼어 붙은 경우, 눈이 20밀리미터 이상 쌓인 경우에는 최고속도의 100분의 50을 줄인 속도로 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눈길 사고를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받아들여서는 아니 되고, 도로 여건이 열악하다고 하더라도 운전자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점을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추돌사고의 경우, 전방주시 의무 태만이나 제동거리 미확보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후행 차량 운전자가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선행 차량이 정상적으로 정지된 상태에서 후행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추돌하였다면 눈이 오지 않을 때와 마찬가지로 후행 차량 운전자에게 과실이 100% 인정될 것이다.

다만, 판례는 예외적으로 선행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이유 없는 정지를 하거나, 도로 관리 주체가 결빙된 도로를 장시간 방치하는 등의 관리 소홀로 사고 유발 가능성을 높였을 경우, 앞차나 도로관리청에 일부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중 추돌사고는 어떨까? 이럴 땐 각 추돌 상황별로 가해 차량과 피해 차량 간 과실비율을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후행 차량이 100%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선행 차량이 이유 없이 정지했거나 기존 사고로 도로를 점거한 경우, 선행 차량에게도 일부 책임(약 20%~30%)을 지운다. 그리고 최초로 사고를 야기한 차량은 모든 후속 사고에 대해 일정 비율(약 20%)의 책임이 있다.

반면에 빙판길이라는 이유 자체만으로는 도로관리청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도로관리청(국가·지자체·도로공사 등)에 책임을 물으려면, 단순한 폭설이나 결빙이 아닌 ‘관리자의 관리 소홀’ 즉, 상습 결빙구간에 대한 예방조치 미비, 사고 신고 후 아무 조치 없음 등이 인정되어야 한다. 실제 법원에서도 도로관리청의 관리상 하자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인정하더라도 운전자 책임을 가장 크게 평가하고, 도로관리청 책임은 약 20%~30% 수준에 그치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건축물 관리자는 자연재해대책법 제27조에 따라 제설 및 제빙 의무를 부담하며, 이 의무의 우선순위는 소유자의 거주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즉, 소유자가 거주하는 건축물의 경우, ‘① 소유자, ② 점유자, ③ 관리자’ 순으로, 소유자가 거주하지 않을 경우, ‘① 점유자, ② 관리자, ③ 소유자’ 순으로 책임이 부여된다.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다. 내 집 앞의 눈은 내가 치운다는 어릴 적 표어대로 행동하면 된다. 물론 보도나 뒷길, 보행자도로 등에서 제설·제빙 작업을 언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보여진다.

다만,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제빙 의무 위반에 대해 과태료나 처벌 규정이 없어 이를 유명무실한 제도로 보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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