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처벌은 왜 약할까?
미국 텍사스주에서 11세 소녀를 성폭행했던 에릭 맥고웬은 징역 9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4년동안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던 르네 로페즈는 징역 1503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총기로 70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12명을 살해한 제임스 홈스는 12번의 종신형과 징역 3318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온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했던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은 12년의 형을 산 것이 전부다. 그 외에도 수많은 중범죄자들이 적은 형을 살고 출소했다.
왜 미국의 형량은 범죄자들에게 엄격한데, 한국의 형량은 범죄자들에게 관대할까? 판사들이 직무 태만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법이 잘못된 것일까? 답은 직무 태만도 잘못된 입법도 아니다. 바로 경합범의 양형 판단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조금 말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더 쉽게 풀이하자면 한국은 가중한 형으로 처벌하고, 미국은 합산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뜻이다.
우리 형법 제38조는 경합범의 판결에 대해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일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중한 죄의 형량을 기준으로 1.5배 가중처벌하는 가중주의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병과주의를 따르고 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영미법 국가에서는 여러 건의 범죄가 있을 때, 각 범죄의 형량을 합산하여 계산하는 병과주의를 따른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50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백화점의 사주는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의 혐의로 7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업무상과실치사의 최대 형량인 5년의 1/2만을 가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풍백화점이 미국의 한 주(state)에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사주는 최소 2,500년 형(500명×5년)은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가중주의는 잘못된 것이고, 미국의 병과주의는 옳은 것일까? 답은 ‘알 수 없다’이다. 일반 법 감정을 고려하면 병과주의가 더 옳아 보이고 사회 질서 유지에도 더 적합해 보이는 면이 있다. 그러나 병과주의를 따르면 하나의 큰 죄를 지은 사람보다 작은 죄를 여러 번 범한 사람이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 불균형이 초래된다. 실례로 1979년 스페인 우편배달부 가브리엘 그라나도스는 4만여 통의 편지를 배달하지 않은 죄로 검사가 총 384,912년의 징역을 구형하였다.
또 형기의 장기화는 무기형의 존재를 무색하게 하는 면도 있다. 만약 재판부가 유기형으로 1000년이나 2000년을 선고해 버린다면, 형식적으로는 더 무거운 형기인 무기형을 선고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따라서 합산된 형기는 일정 범위 내에서 단축하는 것이 더 사법 정의에 부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형벌의 부과는 행위에 대한 응보로써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범죄자의 재사회화와 예방목적 또한 고려해야 한다. 즉, 범죄의 형량은 범죄자를 다시 재사회화시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얼마인가에 대한 물음으로도 귀결된다. 만약 이 기간이 무한정으로 길어진다면 범죄자를 재사회화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결과가 되며, 우리 스스로 사회의 교정 목적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버릴 수도 있다. 미국을 한번 보자. 정말 미국에서는 강한 형으로 인해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 미국에서는 한해에도 수없이 많은 총기 난사 사고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도 미국보다 한국의 치안이 뛰어나다는 점 또한 인정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중주의와 병과주의 중 옳은 제도는 없으며,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는 것뿐이다. 물론 일부 강력범죄, 특히 아동에 대한 범죄나 성범죄, 무고범죄 등에 대하여 부과되는 비교적 낮은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점 또한 필자도 극히 공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단 우리의 사법 체계 내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를 통해 낮은 형량과 가벼운 처벌로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가중주의에 대한 개선과 병과주의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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